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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거친 바람과 따뜻한 해의 겨루기~~
  • 등록일  :  2008.10.16 조회수  :  6,979 첨부파일  :  부부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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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바람과 따뜻한 해의 겨루기




     얼마 전 모 쉼터에서 이혼조정 출석을 해야 하는 여성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래서 우리센터의 사법보좌위원님과 함께 법원의 조정현장에 동행을 했었다. 막 현장에 도착하니 덩치 큰 30대 후반의 남자가 거친 말을 뱉으며 보호 중인 여성에게 다가온 순간 남편임을 직감하고 일단 제지를 시키고 우리의 신분과 신변보호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니 그 남자는 제어가 되었으나 함께 온 시누이 된다는 여자가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그 여성에게도 우리의 임무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더니 잠잠해지고 당사자는 조정실로 들어가 조정을 하게 되었다. 그날 조정은 별 성과 없이 끝나 2차 조정을 하기로 했으며 집으로 돌아가자는 남편의 협박성 말을 들으며 그 여성은 결국 다시 쉼터로 돌아갔다.




    그 후 다시 2차 조정이 열리게 되었으며 이번에는 일정상 다른 사법보좌위원이 동행을 했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자 남편과 그 시누이가 욕설과 폭언 심지어 폭행을 하려는 걸 법원직원까지 나서서 간신히 제지를 하고 공포에 질린 그 여성은 다시 쉼터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물리적 공격에는 사실 피해자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우리의 한계가 구조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나 이런 문제는 향후 피해자 신변보호대책에 관한 제도적 개선 때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서 눈여겨 살펴보고자 하는 부분은 자기 부인하고 다시 살고 싶어 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한 남자의 태도에 관한 문제이다.




    당사자가 조정중인 시간에 시누이라는 여성으로 부터 두 사람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대로라면 조그만 지방도시에서 볼 수 있는 두 자녀를 둔 직장을 다니는 요즘 30대의 전형적인 모범 가정이었다. 그런 가정에서 가출과 이혼이라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마음의 혼란과 부인에 대한 분노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또한 당사자 간 사건전말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여자와 남자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우리사회 남자들은 일단 화내고 소리 지르고 욕설을 하는가 하면 더  심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용인되어 왔다. 특히 그 대상이 자신의 부인과 아이인 경우에는 그 누구도 제지 할 수 없는 남자의 특권인양 인식되어 오기도 했다. 속된 말로 “내 자식 내 마누라 내 마음대로 하는데 ...” 라는 생각이 사고의 저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교육과 문화의 힘으로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기도 하나 교육과 문화의 혜택이 덜한 남자나 교육과 문화적 수준이 높다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그 통제의 벽이 허물어지고 전통적 악습의 본성을 드러나기도 한다. 위의 남자 뿐 만 아니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남자들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교육이나 문화, 도덕으로 보호가 안 되는 가정 내 주로 아이와 여성을 위해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보호에 관련한 법률을 제정했다. 법이란 도덕의 최소한 수단이라고 한다. 국가나 사회에서 도덕을 지키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법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법률까지 제정하여 국가가 나서고 있지만 아직 많은 남자들이 타성에 젖어서 현실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센터에 접수된 상담사례 중 많은 여성이 가정폭력 주로 남편폭력의 피해자들이다. 이런 피해자들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고 이혼을 원하며  법으로도 보호하기 힘든 심각한 경우는 이혼청구도 못하고 숨어 살기도 한다. 이러한 피해여성과 그 아이들의 삶이 어렵고 힘듬은 물론 가해자인 남자의 삶과 인생 또한 더욱 불행해 짐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행복 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그러한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특히 자기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특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보호에 나서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가의 모습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가 지향하고 있으며 경제적 토대와 사회문화적 수준이 갖추어진 모든 나라에서는 이미 그러한 제도와 정책이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아직도 전근대적 사고에 젖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자들이 이 땅에 다수라면 우리사회의 수준의 저급함을 전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도 자신의 의사표현 수단으로 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자 하거나 하고 있는 남자들은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릴 적 들은 이솝우화의 길가는 나그네의 옷 벗끼기 내기에서 거친 바람과 따뜻한 해 중 결국 누가 이겼는지 모든 남자들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081017信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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